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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화가의 일생 <빈센트 반 고호>

신문기자 2009. 3. 27. 00:45

[인물] 화가의 일생 <빈센트 반 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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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지트 라베의 『빈센트 반 고호』(다섯수레) -

학교 운동장에 등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지난 봄, 우리 학교에서는 학예회를 열었답니다. 그때 학급마다 협동작품을 만들어 전시를 했는데요. 모두의 눈길을 끄는 특별한 작품이 있었어요. ‘빈센트 반 고호’라는 화가의 <별이 빛나는 밤>이라는 커다란 그림이었죠. 어쩌면 그렇게 똑같이 잘 그렸을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니, 고호 그림을 확대 복사해서 나눈 조각그림을 반 친구들이 모두 하나씩 색칠해서 이어 붙인 걸개그림이더군요. 아마 우리 친구들도 학교에서 협동화를 그려 본적 있을 거예요. 마치 회오리치듯 움직이는 밤하늘과 영롱하게 빛나는 노란별은 사춘기시절부터 선생님 마음속에도 남아있는 그림이거든요. 아마 우리 친구들도 빈센트 반 고호라는 화가의 그림은 생활 속에서 자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컴퓨터 바탕화면이나 텔레비전 광고 또는 에어콘 같은 가전제품에서도 사용하고 있거든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값이 비싼 그림으로도 유명하답니다. 하지만 고호는 자신의 그림이 후손에게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가 사랑하는 화가 고호가 어떻게 그림을 시작했고 그렸는지, 그의 일생을 한번 읽어볼까요?

이야기 속으로

우리는 흔히 예술가라면 천재적인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믿지요. 아무리 성실하게 노력해도 태어날 때부터 재능을 가진 예술가를 따라잡기는 어렵다구요. 가끔은 그 말이 맞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고호 같은 화가를 보면 말이죠. 목사님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한 사람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목사가 되어 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사람들은 고호의 너무나 열정적이고 순례자 같은 생활을 보고 오히려 떠났거든요. 그때부터 고호는 어렵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죠. 그러다 화가로서의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화랑에서 그림을 파는 점원으로 시작했다가 다시 목사가 되기로 했다가 결국은 화가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고호의 고민은 깊었습니다. 처음부터 화가가 되려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뒤늦게 미술학교를 다니기도 했지요. 하지만 데생만 하면서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리는 학교생활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아 충동적으로 뛰쳐나옵니다. 결국 몇 년 동안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고호는 혼자서 그림 연습을 합니다. 고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화가는 ‘밀레’라고 해요. ‘밀레’는 <만종>이나 <이삭줍기> 같은 농부들의 고단한 일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화가랍니다. 우리에게도 아주 유명한 화가죠. 재미있게도 밀레가 그린 <씨 뿌리는 사람>과 고호가 그린 <씨 뿌리는 사람>이 책에 함께 소개되고 있어요. 똑같은 움직임이지만 배경과 색감에서 고호의 개성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나름의 방법으로 다시 그려내는 창조성에 감탄하게 됩니다. 당시 유명한 화가들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이나 예수님․마리아 같은 기독교적인 그림, 또는 왕실이나 귀족의 초상화를 그렸답니다. 그래야 인정도 받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고호는 현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습, 아름다운 자연의 색깔과 풍경을 그리는 것이 더 좋았어요. 비참, 피로, 슬픔, 절망, 분노, 반발 같은 자신의 느낌을 정직하게 표현할 줄 알았던 것이죠.

하지만 그 후로도 고호의 삶은 편안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그의 그림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파리에 사는 동생 테오가 보내주는 아주 적은 생활비로 겨우 물감만 사서 그림을 그려야 했어요. 그런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고호는 프랑스 시골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끊임없이 그렸답니다. 밝고 따뜻한 노랑색을 사용해서 말이죠. 그러면서도 고집 세고 폭력적이며 거친 모습을 보여 주변사람들에게 걱정을 삽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인들의 모습하고는 아주 다르지요. 그러다 결국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까지 이른답니다. 외롭고 어두우면서도 광기어린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천재의 모습이었죠. 하지만 오늘날 고호의 그림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 있답니다. 고호가 삶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 잃지 않았던 그림에 대한 열정 때문이죠. 고호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한마디가 가슴을 울립니다.


“나의 그림, 나는 그것에 인생을 걸었고 그 때문에 정신도 반쯤 나간 셈이 되었단다.”


함께 읽으면 좋아요

요즘 화가들의 삶을 다룬 어린이 책이 많이 나오고, 그 화가들의 전시회도 꾸준히 열리고 있어요. 그림을 볼 때 화가의 삶을 한번쯤 짚어본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쉬워지겠죠? 고호에 대한 책으로는 『태양을 훔친 화가 빈센트 반고흐』, 『반고흐-노란색채의 화가』가 더 있어요. 불행하고도 외로운 삶을 살았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던 고호를 느끼는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또 고호의 수많은 그림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선생님은 오늘 밤도 이 글을 마치면서 컴퓨터 바탕화면에 띄워 놓은 <별이 빛나는 밤>을 감상하려고 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염명순의 『태양을 훔친 화가 빈센트 반고흐』(아이세움)
자클린 루메의 『반고흐-노란색채의 화가』(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