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옆이나 논밭두렁, 빈 집터 등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올라오고 아무데서나 쑥쑥 자란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쑥’. 봄을 맞아 들판에 쑥이 ‘쑥쑥’ 자라고 있다. 산과 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연둣빛 쑥은 단군신화에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과는 뗄 수 없는 나물이다. ‘곰을 사람으로 만든 영험한 풀’인 쑥은 향만큼이나 우리 몸에 활력을 불어넣는데도 그만이다. 비타민A·C 함량이 높아 감기 예방과 치료는 물론 노화 억제에 좋다. 알칼리성 식품이므로 산성화된 현대인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된다. 파릇한 쑥 한줌으로 몸 안 가득 상큼한 봄기운을 불러들이자.
비타민A·C 풍부해 면역계 튼튼
지구상에 가장 흔하게 지천으로 널려 있는 쑥은 우리에게 대단히 친근한 풀이지만 인체의 면역계를 튼튼하게 해주는 훌륭한 약초이며 식품이다.
쑥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병원균에 대한 몸의 저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A가 많아 조금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비타민C는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좋은 역할을 한다. 인체 내에서의 비타민A와 C의 역할은 집을 짓기 위해 벽돌을 쌓는 것과 같다. 아무리 우수한 품질의 벽돌과 시멘트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그 이어지는 틈새가 견고하지 못하면 쉽게 무너지고 말듯이, 인체가 아무리 영양이 풍부한 음식물을 섭취하더라도 효율적으로 분해하고 연소시켜 흡수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비타민A와 C는 이러한 영양화를 돕는 동시에 영양성분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보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네올 성분으로 장 튼튼
특히 쑥은 위장·간장·신장·소장·대장 등의 내장기능을 강화하고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된다. 쑥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는 ‘치네올’이라는 정유성분 때문인데, 이 향기 성분이 장에서 염증과 암을 유발하는 유해한 균의 성장을 막고 면역력을 키워 주는 유익한 균의 기능을 도와 장을 튼튼하고 깨끗하게 한다. 이 때문에 한 약초연구가는 쑥을 ‘100가지 병을 다스리는 영초’라고 부른다.
쑥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쑥에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해 쌀밥 위주인 식생활로 인한 체질의 산성화를 방지해주는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산성 체질을 갖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식품인 것이다. 예부터 쑥을 혼합해 빚은 떡을 자주 먹는 것은 산성 체질을 중화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였던 것이다.
여성과 지혈에 좋아
옛날 약이 없던 시절에는 쑥을 지혈제로 이용했을 만큼 민간요법에 두루 쓰였다. 시골에서는 낫이나 연장에 다쳐서 피가 날 때 쑥 잎을 짓이겨 바르거나 코피가 날 때 쑥을 뜯어 손바닥으로 비빈 다음 코에 막고 있으면 코피가 곧 멎었다.
쑥은 따뜻한 성질을 지녀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궁을 수축시키는 효능이 있어 특히 여성에게 좋다. 따라서 자궁이 차서 생리불순이나 생리통, 수족냉증이 심할 경우 쑥을 이용하면 완화효과를 줄 수 있다. 쑥을 섭취하거나, 좌욕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동의보감’에는 ‘쑥은 오래된 여러 가지 병에 효능이 있고 부인의 하혈을 낫게 하며, 임신부의 배와 허리가 아프고 낙태의 염려가 있는 것을 다스려 편안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쑥은 생명력이 강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져 폐허가 되었을 때 제일 먼저 올라온 것이 쑥이라고 해서 ‘쑥밭’이라는 말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약용으로 사용하는 쑥은 대개 5월 단오쯤 캐고, 식용으로는 요즈음 조심스레 고개를 내미는 여린 쑥이 좋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전통시장의 보따리 상인들 좌판에서 쑥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 도매시장 등에서 본격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1일 현재 광주지역 쑥 가격은 각화도매시장 등에서 4kg에 한 상자에 등급에 따라 8000원에서 1만25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농협 등 소매시장에서는 200g에 1200원 정도에 판매되며, 전통시장에서는 한 바구니에 3000원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냉동실에 얼려 보관
쑥은 조리법에 따라 다양한 질감과 향을 낸다. 쑥국을 끓이거나 떡을 만들 때는 어린 쑥 잎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쑥전 등을 만들 때는 줄기를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사용하면 좋다. 숨이 죽으면 바로 꺼내야 하는데 너무 익으면 질겨진다.
데친 쑥은 바로 찬물에 담가야 초록빛이 제대로 산다. 뜨거운 기운이 가실 정도로만 담근다.
떡이나 수제비, 칼국수 반죽에 쑥을 이용할 때는 믹서기에 물과 함께 넣고 갈아 체에 거르면 고운 쑥물을 얻을 수 있다. 곱게 갈면 건더기째 사용해도 된다. 쑥을 말렸다가 가루를 내도 여러 요리에 이용할 수도 있다. 미숫가루나 생식 가루에 넣어도 빛깔과 향이 그만이다. 봄철 여린 쑥을 깨끗이 씻어 삶은 다음 물기를 꼭 짜 랩이나 비닐봉지에 밀봉해 냉동실에 얼려두면 1년 내내 향긋한 쑥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쑥을 캘 때 질긴 뿌리는 자르고 잎만 캐는 것이 좋다. 조금 크다 싶으면 줄기가 질길 수 있으니 미리 손질하면서 쑥을 캐야 요리할 때 손이 덜 간다.
▶쑥전
△재료: 쑥 300g, 홍고추, 양파, 당근, 밀가루 1.5컵, 찹쌀가루 약간, 물 1컵, 달걀 2개.
① 씻고 손질한 쑥을 끓는 물에 데쳐 물기를 꼭 짠다.
② 홍고추는 어슷 썰고 찬물에 헹궈 씨를 뺀다. 양파와 당근은 깨끗히 손질 한 다음 채 썰어 놓고 당근은 살짝 볶는다.
③ 삶은 쑥에 밀가루·찹쌀가루, 달걀을 섞어 반죽한 뒤 잘 치대어 푸른 물이 고루 들게 한다. 쑥 반죽에 양파와 당근을 잘 섞는다.
④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쑥 반죽을 떠서 지진다
⑤ 쑥반죽 위에 홍고추를 얹어 지져 낸다.
▶쑥버무리
△재료: 멥쌀가루 5컵, 꿀 1/2컵, 쑥 200g, 설탕 1큰술, 소금 1/2작은술
① 연한 쑥을 다듬어 씻어서 물기를 뺀다.
② 멥쌀가루는 체에 내린 후 꿀을 넣어 버무린다.
③ 쑥에 소금과 설탕을 넣어 가볍게 섞는다.
④ 젖은 면보를 깔고 떡가루를 고루 편 후 김이 오른 찜통에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