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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페라 무대, 참신한 작품의 성찬'이도메네오'부터 '세 개의 오렌지 사랑'까지

신문기자 2010. 1. 12. 12:59

소수의 익숙한 작품들이 독점했던 국내 오페라 무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런 기류는 '노르마', '운명의 힘', '베르테르' 등 국내 무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작품들이 하나 둘 공연됐던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올해 오페라 무대는 지난해의 여세를 몰아 어느 때보다 참신한 작품들로 꾸며질 예정이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은 오는 21-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를 국내 초연한다

1781년 뮌헨에서 모차르트의 지휘로 초연된 이 작품은 모차르트 스스로 자신의 오페라 중 최고의 걸작이라고 확신했던 비가극이다.

크레타왕 이도메네오가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뜻을 거역하며 직면하는 시련을 3막에 걸쳐 보여준다.

테너 김재형, 이성은, 소프라노 임선혜, 이상은, 헬렌 권, 메조소프라노 양송미 등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얻은 정상급 성악가가 출연하고, 이소영 예술감독이 연출, 지휘자 정명훈이 이끄는 서울시향이 반주를 각각 맡아 서정적이고,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소극장오페라 운동에 앞장서온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은 3월 4-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공연한다.

2007년 경남오페라단에 의해 국내 초연된 이 작품은 결혼식 날 뱀에게 물려 죽은 아내 에우리디체를 찾아 죽음의 세계를 찾아가는 그리스 신화 속의 시인 오르페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4월 21-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룰루' 역시 국내에서는 한번도 공연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보체크'와 함께 베르크의 대표작인 이 오페라는 아름답지만 사악한 여인 룰루를 통해 인간의 미묘한 심리와 다면적 정서를 전한다.

서울시오페라단(예술감독 박세원)은 푸치니의 '마농 레스코'(4월22-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와 '잔니 스키키'(6월25-27일, 세종M씨어터)를 잇따라 무대에 올려 오페라 레퍼토리의 다변화를 꾀한다.

'마농 레스코'와 '잔니 스키키'는 '나비부인', '라보엠', '토스카' 등 푸치니의 3대 오페라와 비교하면 볼 기회가 적었던 작품들이라 반갑게 다가온다.

한국오페라단(단장 박기현)이 올리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미라미데'(5월14-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도 눈길을 끈다.

그리스 신화 속 아가멤논과 그의 아내 세미라미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을, 이탈리아 오페라 거장 루이지 피치가 연출을 맡아 국내 관객에 첫선을 보인다.

한국오페라단이 11월 12-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또한 국내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작품이다.

헤롯 왕과 그가 광란적으로 사랑하는 의붓딸 살로메, 살로메가 마음에 품은 예언자 세례 요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이 11월25-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인 프로코피예프의 '세 개의 오렌지 사랑'도 국내 초연작이라 오페라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19년 초연된 이 작품은 마녀로부터 세 개의 오렌지를 사랑하도록 저주받은 왕자가 여행길에 올라 오렌지를 손에 넣고, 세 번째 오렌지에서 나온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4막 오페라다.

오페라 평론가 이용숙 씨는 "베르디와 푸치니의 인기작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품이 공연되는 것은 관객의 선택권 측면에서 반가운 현상"이라며 "특히 프로코피예프, 베르크 등의 현대적인 오페라가 무대에 오르는 것은 국내 오페라 토양이 어느 정도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살로메', '보체크' 등 현대 오페라들이 무대에 올라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새로운 작품이 대거 무대에 오르는 데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오페라 고정 관객층은 작품이 재미있고, 연출만 좋으면 새로운 작품으로의 모험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