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가면, 옆 식탁에서 하는 말에 귀를 쫑긋 세우는 때가 있다. “이집도 맛있는데, 어떤 집도 맛있더라”는 말을 주고받을 때이다. 미처 가보지 못한, 맛보지 못한 집의 음식을 얘기한다 싶으면, 재빨리 메모를 해둔다. 대부분 이렇게 귀동냥으로 알게 된 집들은 ‘성공확률’이 높다. 사람들이 여러차례 다녀본 경험에서 나온 칭찬이기 때문이다. 광주 동구 지산동 ‘담소정’(주인 이기헌·전희례)도 그렇게 알게 된 집이다.
메기·빠가사리탕 등 민물고기 전문점으로 20년이 넘었다. 안주인 전희례 씨는 20대 때부터 매운탕을 끓여왔다. 지금은 40대. 그 세월을 한결같이 해온 일이다. 게나 생선들은많이 나는 철에 50㎏·100㎏로 씩 사다 손질해서 저장해둔다. 시래기는 겨울철 김장하기전 배추이파리를 소금간해서 1년치를 요량해둔다. 무청을 시래기로 많이 쓰기도 하나, 배추이파리는 또 그대로 부드러워 먹기에 좋다. 20년 동안 채소류 등 기타 재료를 대는 곳들도 믿을 만하다.
점심시간에는 메기탕을 많이 찾는다. 수족관에 메기들이 유영하고 있다. 항상 살아있는 메기를 쓴다. 메기를 통째로 넣어서 육수를 끓인다. 육수에 고추다데기와 된장 풀고 들깻가루와 쌀가루를 넣는다. 쌀가루가 조금 들어가야 국물이 입안에 착 감긴다. 민물고기는 양념맛으로 먹는다 싶을 정도로 양념을 아끼지 않고 푸짐하게 넣는다. 얼큰한 국물맛이 너무 탁하지고 너무 가볍지도 않고 맞춤하다. 매콤하면서도 달금하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장김치는 칼칼하니 시원하다.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좋다. 직접 담가 적당히 숙성될 때까지 바깥에 그냥 둔다. 자연숙성이 되면 저장고로 옮긴다.
입맛 살아나게 하는 머우대 된장무침이 쌉싸래하다. 푹 삭힌 갓김치를 국물을 꼭 짜버린 후 무쳐서 내놓았는데, 갓의 매콤한 맛이 은근하게 배나면서 짜드득짜드득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매콤한 입맛 달래기에 파래초무침도 좋다.
봄철 복사꽃 필무렵에 특히 맛이 달고 맛있다는 메기는 동의보감에서도 그 약효에 대해 부종을 내리게 하고 소변을 잘 통하게 한다고 하였다. 한 그릇 먹었다고 효험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한 그릇에 나른한 봄기운을 이길 힘은 생긴다.
△차림(가격): 메기탕 6000원, 빠가매운탕·잡탕 소 2만5000·중 3만5000·대 4만5000원, 참게탕 소 3만·중4만5000·대 5만5000원
△주소: 광주 동구 지산동 439-11(지산우체국 부근)
△전화: 062-226-9128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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