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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고 시린 겨울을 지낸 우치공원의 목련 꽃눈

신문기자 2012. 3. 13. 03:55

아리고 시린 겨울을 지낸 우치공원의 목련 꽃눈

 

숭고한 정신과 우애라는 꽃말을 지닌 목련은 순백의 한 송이 목련꽃을 피우기에 아리고 시린 겨울을 지낸 목련 꽃망울은 그 차가움을 겨우내 머금고 있었기에 목련꽃은 더욱 곱고 아름답다.

 

며칠 내린 봄비에 꽃샘추위의 시샘으로 목련의 꽃눈은 단단히 닫혀 있다. 환하게 꽃을 틔우고 있는 순백의 목련꽃을 보는 정취가 있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우치동물원 친구들을 보고 돌아와 위안을 삼았다.

 

목련 나뭇가지를 보면 한눈에 봐도 꽃눈(花芽)과 잎눈(葉芽)이 또렷이 구분된다. 새끼 손가락만한 통통한 꽃눈이 끝마디에 붙어있고 그 아래에는 코딱지만한 잎눈이 여럿 달려있다.

 

꽃눈은 보드라운 솜털이 꽉 둘러싸고 있고 잎눈은 밋밋한 비늘눈이 덮고 있으니, 둥그스름하고 큰 것에는 봄꽃이, 마른 듯 길쭉한 것에는 연두색 봄눈이 들어있다.

 

목련 꽃망울은 이파리 하나 없이 꽃들만이 수북이 매달려 있다. 그런데 꽃들이 하나같이 북쪽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다른 꽃들과 달리 목을 뒤틀고 있고 북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 옛 어른들도 이 꽃을 북향화(北向花)라 했다.

 

북향화에는 두 종류(변종)가 있다. 하나는 노래 가사의 ‘백목련’이고 다른 하나는 ‘자주목련’(흔히 자목련이라 부르는데 자주목련이 맞음)이다. 자목련은 꽃잎이 자주색이고 피는 시기가 한 열흘쯤 늦다.

 

백목련의 학명(學名)은 Magnolia kobutus다. 속명(屬名)인 Magnolia는 프랑스 식물학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종명(種名) kobutus는 일본말로 ‘주먹’이란 뜻으로 아주 크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꽃샘 추위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목련화도 너무 일찍 핀 것은 금새 지는데 특히 건물벽 쪽 가까이 붙어있는 목련화는 빛의 복사열을 받아 훨씬 빨리 피어나니 꽃잎에 얼음 알갱이가 박힌 탓이다.

 

또한 목련에 얽힌 슬픈 전설이 있다.

☞ 옛날 옛적, 하늘나라 왕에게 어여쁜 딸 하나가 있었다. 얼굴이 백옥같이 희고 마음씨는 비단결처럼 부드러워서 모든 청년들의 로망이었다.

 

그런데 이 공주는 모든 젊은이들의 청을 거절하고 흉악하고 무서고 부인도 있는 북쪽 바다의 신을 사랑했다. 더구나 이 북쪽 바다의 신은 단 한 번도 공주에게 말을 걸어 본 사이도 아니었다.

임금님은 항상 딸의 이런 생각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착한 공주는 더 참을 수 없어, 아무도 몰래 궁궐을 빠져나와 북쪽 바다의 신을 찾아갔다.

 

공주는 바다의 신이 부인이 있다는 뜻밖의 사실에 바다에 뛰어들어 죽고 말았고 흉악한 북쪽 바다의 신은 공주의 주검을 건져 땅에 고이 묻고는, 공주를 위로하여 자기 부인에게 잠자는 약을 먹여 그곁에 함께 묻어 주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옥황상제는 이 두 불쌍한 여인의 무덤에 꽃이 피어나게 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는 흰꽃이, 부인의 무덤에서는 자주빛 꽃이 피어나게 했다.☜

아직도 북쪽 바다의 신에게 사랑의 미련을 갖고 있는 흰목련의 꽃봉오리는 모두 북쪽 하늘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