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145년 만에 돌아온 조선시대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
프랑스에서 145년 만에 돌아온 조선시대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
조선왕조 기록문화의 꽃 국립광주박물관서 두 달간 기획전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조선왕조 '의궤'가 광주에 상륙했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해군에 약탈당했다가 지난해 5월 145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儀軌)특별전‘이 개최됐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조현종)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외규장각 의궤 특별전'은 4월 24일부터 6월 24일까지 전시한다.
'세계 기록문화유산의 꽃'으로 불리는 조선왕조 외규장각 의궤'는 지난해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어 첫 지방 특별전이다.
의궤는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란 뜻으로 조선시대 국가의 국가나 왕실의 주요 행사의 준비와 진행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정리한 일종의 종합 보고서. 의궤에는 행사의 준비와 진행 과정, 의례 절차와 내용, 소요 경비, 참가 인원, 포상 내역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조선왕조는 이를 토대로 국정을 운영했다. 즉, 의궤는 예치(禮治)와 문치(文治)라는 조선시대 국가의 통치철학과 운영체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기록 문화유산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외규장각 의궤는 특별히 왕의 열람을 위해 제작된 ‘어람용(御覽用)’이기 때문에 왕실(강화도 외규장각은 왕실의 부속기관)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다. 그래서 1866년 이전 만들어진 이들 의궤는 제작 이후 사상 첫 지방 나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헌종국장도감의궤, 선의왕후혼전도감의궤 등 외규장각 의궤 51점과 헌종금보 등 조선 왕실 유물 등 모두 109점이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조선의 기록 문화와 외규장각 의궤', '왕실 중요 행사의 세밀한 기록-의궤',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오기까지' 등 3부로 구성됐다.
의궤 표지의 화려한 비단무늬 등 옛 책의 꾸밈방법과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 전통 종이의 우수성, 천연물감을 사용해 그려진 그림, 무덤을 지키는 신성한 동물의 변화 등 의궤와 관련된 주제에 맞춰 알기 쉽게 외규장각 의궤를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다.
또 의궤의 표지문양, 의궤에 사용한 천연물감, 한지, 서책의 장황, 프랑스에서 운송해 올 때의 포장 방법 등도 소개해 흥미를 더했다.
특히 2층 전시관 앞 로비에는 가로 13m가 넘는 대형 스크린에 3D 영상으로 재현한 '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 반차도(행사에 참여하는 사람과 각종 의장물, 말 등의 수량과 위치를 미리 그린 그림)가 선보이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생생한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
영조가 66세 때 15세의 왕비를 맞는 혼례 행렬을 그린 것으로 말이 397필, 사람은 1299명이 등장한다.
한편 광주박물관은 이번 전시 개막에 맞춰 이번주 내내 다채로운 봄축제를 펼친다.
25일엔 '우리 차 우리 문화-규방다례'를, 26일엔 광주시립무용단 발레공연 '지젤 르와르, 늑대의 꿈, 네버엔딩스토리'를, 28일엔 어린이를 위한 공연 '인형극 세종대왕'을 각각 진행한다. 29일에는 기록으로 보는 의궤 시네마를 상영한다.
의궤 반환 때 실무 주역이었던 조현종 광주박물관장은 "외규장각 의궤를 감상하며 우리 조상들의 치열했던 기록정신을 엿보고, 40년 이상 수목이 어우러진 박물관 뜰에서 봄날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곡성 입면초등학교 5학년을 담임하고 있는 박치원선생은 “5학년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역사를 배우는 시간이 있다”며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종합선물set로 시대를 초월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45년만에 돌아온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꽃인 의궤를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줌으로 조상들의 지혜를 스스로 배우게 하고 싶었다”고 전하며 날씨가 좋아 오기를 잘했다고 말했다.
곡성 힙면 초등학교 김준서(5학년)어린이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이 멋지고 정교하다”며 “옛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배울 수 있어 다른 학교 친구들도 박물관을 방문하여 조상들의 지혜와 정신을 느껴보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특별전 의궤는 프랑스가 1866년 천주교 탄압사건을 구실로 병인양요를 일으켰고 강화도의 외규장각에서 보관하던 의궤를 비롯한 189종 340여 책 등을 약탈해 갔다. 이후 프랑스 국립도서관으로 옮겨진 뒤 과거 속에 묻혀졌던 외규장각 의궤는 1975년 재불학자 박병선 박사에 의해 그 존재와 행방이 알려지게 되었고, 국내 학술단체와 정부가 중심이 되어 의궤의 반환을 추진했다. 1993년에 1권이 먼저 돌아오게 되었고,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 프랑스 양국 정상의 합의가 이뤄진 후 외규장각 의궤 297권은 2011년에 모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립광주박물관은 문화예술의 진흥발전과 국민정서의 함양 및 문화의 지방 균등화를 도모코자 1977년 착공하여 1978년 12월 6일 개관했다.
광주·전남지역의 문화유산 수집 및 보존관리로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문화유적 조사연구, 유물전시, 사회교육 기능을 통한 지역문화 창달과 민족문화 선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