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연극, 시민배우 오디션으로 새 장 열어
윤상원 연극, 시민배우 오디션으로 새 장 열어
광산구-놀이패 신명 공동 마련… 시민 13명, 재능과 열정 갖춰 전원 합격
“우리는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습니까? 그 대답은 간단합니다. 너무나 무자비한 만행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 없어서, 너도, 나도, 총을 들고 나섰던 것입니다!”
흡사 80년 5월로부터 날아온 듯한 결기의 목소리가 어둠 내려앉은 광산문화예술회관 연습실에서 터져 나왔다. 이인형(신가동․39) 씨의 눈빛은 비장했고 목청은 쩌렁쩌렁하면서도 뭉클했다. 이씨는 주먹 쥔 손을 풀고, 다시 앞을 보고 말했다.
“저는 강원도 원주에서 살다가 광산구로 이사 온 지 3년 됐습니다. 고등학교 때 성당 신부님이 비디오를 보여주셔서 5․18을 알았고, 제 어머니도 광주사람입니다. 윤상원 연극에 꼭! 출연하고 싶습니다.” 심사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5․18의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를 다룬 연극 ‘님을 위한 행진곡’을 공동제작하기로 한 광산구(구청장 민형배)와 ‘놀이패 신명(대표 오숙현)’이 지난 5일 시민배우 오디션을 열었다. 이날 오디션에 참가한 시민 14명은 열정과 재능을 폭발시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다. 주최 측은 향후 연습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기권한 1명을 제외하고, 13명 전원을 합격시키기로 했다.
시민배우 오디션이 마련된 취지는 바로 연극 주인공인 윤상원(광산구 신룡동 천동마을 출신) 때문이다. 5․18 당시 윤 열사가 시민들을 규합해 항쟁의 전개와 마무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광산구와 신명도 연극 제작단계부터 참여의 의미를 적극 살리기로 한 것. 그리고 광주시민 14명은 이날 적극적인 오디션을 펼치며 시민참여의 새 장을 열었다.
심사를 맡은 박강의(추모극 연출) 씨는 “대부분 아마추어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수준급인 발성, 표현력, 장기 등을 갖췄다. 어떤 분은 주요 배역을 맡겨도 될 정도”라며 “이들에게 어떤 배역을 줄지를 고려해서 연극 시나리오를 다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의 면모도 다양했다. 양축복(10․송우초 2년), 김민주(11․송정중앙초 4년) 등 어린이 2명, 타지에서 살다가 최근 광산구에 정착한 시민 2명, 광산구청에서 근무하는 스무 살 동갑내기 공직자 2명 등이 그 예. 최고령 참가자인 김순덕(64) 씨는 한복을 입고 살풀이춤을 장기로 선보였고, 최종옥(49) 씨는 “전남 고흥에서 광주에 왔다가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목격했던 5.18의 기억이 생생해 참여해보고 싶었다”며 80년 5월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놀이패 신명은 오는 25일 첫 대본읽기 모임을 갖고 시민배우들에게 각각 역할을 줄 계획이다. 시민배우들은 이후 집중연습을 마치고 신명 정규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창작극 ‘님을 위한 행진곡’은 10월 12일과 13일 이틀간 오후 5시에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상연된다. 이 연극은 광산구가 추진하고 있는 윤상원열사기념사업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