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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없는' 대형마트 가격전쟁

신문기자 2010. 1. 14. 16:28

`(서울=연합뉴스) 이정내 기자 = 신세계 이마트가 지난 7일 12개 생필품 가격 인하를 발표하면서 촉발된 대형마트업계의 가격전쟁이 갈수록 혼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홈플러스롯데마트는 즉각 이마트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대응에 나섰고, 14일에는 롯데마트가 "이마트보다 단돈 10원이라도 싸게 판매하겠다"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홈플러스도 "이미 2008년부터 인기 생필품 1천 가지를 선정해 연중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마트의 가격인하 방침을 깎아 내리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의 가격인하 경쟁이 소비자들에겐 좋은 일이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마트들이 소비자를 안중에 두지 않고 오로지 경쟁사만 의식해 '준비 없는'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 대형마트가 저가에 내놓은 생필품이 매장에서 일찌감치 동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가격인하를 공표하기 전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않은 채 "경쟁사보다 싸게 판다"는 선전에만 급급한 탓이다.

롯데마트가 이날 발표한 것도 이런 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이마트의 가격인하 발표 당시 즉각적인 가격대응에 나섰지만 대응기간과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었다"고 밝혀 지난 7일 공개했던 대응가격을 충분한 준비 없이 제시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또 일방적인 가격할인 정책은 시장질서를 혼란스럽게 하고, 협력업체에 부담을 전가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한정된 준비물량 때문에 쇼핑의 질이 낮아질 수도 있다.
롯데마트는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가격경쟁에 소극적이면 고객들에게 비싸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고육지책으로 가격인하 방침을 서둘러 결정했다고 한다.

가격인하가 소비자를 배려한 조치가 아니라 오로지 '경쟁사보다 단돈 10원이라도 싸게 판다'는 경쟁심리에서 이뤄졌다는 의미인 셈이다.

롯데마트의 이같은 가격방침은 경쟁사가 정상적인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더라도 그보다 10원 정도만 싸게 팔면 된다는 식이다.

홈플러스도 이마트의 가격인하에 '눈 가리고 아웅'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마트에 이어 롯데마트가 12개 생필품값을 공개하자 이들보다 약간씩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

홈플러스는 향후 얼마 동안이나 내린 가격을 유지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경쟁사보다 싸다'는 선전을 하는데만 주력했다.

특히 13일에는 전국 114개 점포에서 14~20일 신선식품 1천200t을 최대 50% 싸게 판매하는 `앗싸다비아 신선축제'를 연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형마트 간 가격경쟁의 와중에 자사의 단기 할인행사를 끼워넣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이마트가 주장하는 상시 저가판매 정책과 단기 할인행사를 혼동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가격인하 방침을 선언한 이마트는 경쟁사들의 대응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우리의 가격인하 방침은 경쟁사와 무관하게 할인점의 본래 취지인 낮은 가격으로 돌아가자는 것인데 경쟁사들이 가격경쟁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마트가 7만여 개에 이르는 취급품 중에서 생필품 12개의 가격만 내린 데 대해서도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미끼상품' 전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업계가 전체 품목의 가격을 차분하게 검토하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나서 좀 더 싼 가격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는 없는' 대형마트 가격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