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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쓰림에 우유가 좋다? 잘못된 상식입니다건강ㆍ질병정보…위궤양

신문기자 2010. 5. 3. 13:44
속쓰림에 우유가 좋다? 잘못된 상식입니다
건강ㆍ질병정보…위궤양

십이지장궤양 통증, 식후 90분에서 3시간 정도 지나 속이 비었을 때 흔히 나타나

살면서 속이 아프거나 속쓰림으로 고생 한번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위궤양 유병률에 관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으나 10%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과거와는 달리 십이지장궤양의 발병률이 위궤양보다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를 보면 위 및 십이지장궤양의 연간 유병률은 남자는 12%, 여자는 9% 정도라고 하며, 인구의 10%는 일생 중 한번은 십이지장궤양을 앓을 만큼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이것이 궤양 증상이다'라고 할 만한 특이한 것은 없으나, 주로 명치 부분이나 오른쪽 늑골 아래에 찌르는 듯하거나 쪼아내는 듯한 통증이 반복되는 것이 가장 흔하며, 막연한 압박감 또는 팽만감만 느끼기도 한다. 십이지장궤양의 통증은 식후 90분에서 3시간 정도 지나 속이 빈 때에 흔히 나타나며 음식을 먹거나 제산제를 복용하면 일시 통증이 없어지는 특징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잠에서 깰 때도 있다. 통증의 양상이 급격하게 변할 때에는 합병증이 생겼을 가능성을 항상 예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깊은 궤양으로 발전한 경우에는 제산제나 음식물로 호전되지 않고 지속되거나 등쪽까지 아플 수 있다. 음식을 먹으면 통증이 악화되거나 토하는 경우는 궤양으로 인해 위의 배출구가 막혔을 가능성이 있다. 또 통증이 배 전체로 퍼지면서 그 정도가 격심해지면 궤양이 터져서 복막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궤양을 앓고 있으면서도 증상이 전혀 없는 환자도 많고(십이지장궤양의 50%) 증상이 심한 정도와 궤양이 심한 것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을 때도 많다. 따라서 이와 같은 소견만으로는 궤양을 진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외의 증상으로는 식욕감퇴, 구역질 또는 체중감소 등이 있을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악성 궤양도 유사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꼭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시경검사는 조직검사를 병행할 수 있고 헬리코박터파이로리 감염 여부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출혈성궤양의 치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담배와 카페인 함량 높은 식품 피하고, 섬유질 풍부한 식품 많이 섭취하는 게 좋아

내과적 치료에서 특이 약물요법을 시행하기 전에 흡연과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를 복용하는 환자나 궤양의 과거력이 있거나 증상이 오래된 사람 등은 치유에 어려움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유동식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식이요법을 쓴 때가 있었으나 이러한 식품이 증상을 호전시킬 뿐 궤양의 치유에는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어 요즈음은 음식물에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맵거나 짠 음식을 비롯한 어떠한 종류의 식품도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면 먹어도 무방하다. 이와 같이 궤양에 가려야 할 특이식품은 없으나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은 치료에 보다 효과적임이 밝혀졌다.

술은 적당량을 마셨을 경우 궤양을 악화시킨다는 근거는 없다. 단, 흡연은 반드시 금해야 한다. 기호품 중 카페인 함량이 많거나 발포성 기호품은 산 분비가 항진되므로 피해야 한다. 관행적으로 권장되던 우유도 치료 효능이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고 많은 양의 우유를 마시는 경우 우유에 포함된 칼슘 때문에 산 분비가 촉진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약물요법에서 궤양 치료의 방향은 헬리코박터파이로리 및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의 중요성이 밝혀짐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과거 산 분비 억제에만 국한되었던 약물요법의 역할은 아직도 인정되고 있으나 이들 치료의 결정적인 단점은 비록 치유가 되었다 하더라도 평생 동안 유지요법을 받지 않으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게 궤양은 재발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약제 선택을 하기 전에 반드시 궤양의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한다.

현재 헬리코박터파이로리제균 요법은 산분비억제제와 클라리스로마이신과 아목시실린 두가지를 선택하여 세 종류를 병용하는 소위 "3제요법"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이 요법은 제균효과(80-90%)가 높을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실패하는 경우 다른 항생제들을 포함하는 2차 요법의 실시를 고려해야 한다. 제산제는 가장 오래 사용되어 온 치료제로서, 흔히 쓰이는 약제로는 수산화알루미늄과 수산화마그네시움을 적당량씩 복합한 제제로 그 장점은 각각의 약제가 가진 부작용인 변비를 방지하고 마그네시움에 의한 설사를 줄일 수 있다.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산분비억제제인 시메티딘과 같은 여러 가지의 히스타민 억제제는 약의 효능에는 차이가 없고 치료 용량이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글∥ 이국래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센터 전문의, 서울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