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갤러리 특별기회 ‘고암 이응노, 희망을 춤추다’
롯데갤러리는 2012년을 맞이하여 예술에 대한 끊임 없는 도전으로 한국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작가 고암(顧庵) 이응노(1904~1989)의 작품 전시를 지난 5월 1일 개최했다.
충남 홍성 출생인 고암은 19세에 서화계 거장 김규진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문인화와 서예를 배웠다. 이듬해 조선미술전람회에서 대나무 그림으로 입선한 뒤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동양화에서 출발하였지만 옛 틀에 얽매이지 않는 개척정신으로 70년 화업의 여정 동안 사실적인 구상과 추상 회화, 콜라주, 타피스트리, 조각, 도자 등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사유하고 표현한 작가다.
지필묵(紙篳墨)을 사용하는 전통 회화의 정신을 당대에도 유효한 의식으로 구현하고자 한 이응노의 작품 세계는 크게 10년을 주기로 변했다.
20대에 익힌 동양화와 서예적 기법을 기초로 30대 일본 유학을 계기로 자연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탐구했다.
40대 반추상적 표현의 시기를 거쳐 50대에 파리로 이주한 뒤에는 당시 유럽을 휩쓸던 추상 미술의 영향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종이나 헝겊을 캔버스에 붙여 자유로운 형태로 화면을 구성해가는 실험적인 꼴라쥬와 구성 작업을 발표했다.
이후 1960~70년대에는 한글이나 한자의 글씨, 사람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상형문자와 같은 기호들이 혼합된 마치 동양의 서예와 추상 미술이 합쳐진 듯한 ‘문자 추상’ 작업을 창조했다.
독창적인 ‘서예적 추상’은 유럽 화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1964년부터는 파리에 동양미술학교를 설립, 유럽인들에게 동양 회화의 기법과 정신을 교육하는데 힘썼다.
“동양화의 한문 자체가 지니고 있는 서예적 추상은 그 자원(문자의 근원)이 자연 사물의 형을 빌린 것과 음과 뜻을 형태로 표현한 것으로 한자 자체가 바로 동양의 추상화적 바탕이 돼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형태의 아름다움이 무형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것일 때 ‘무형이 유형’이라는 동양의 철학적인 언어가 발생되며 그것이 바로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그림의 구상이다. 글씨가 아닌 획과 점이 무형의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구성해 나가는 무형의 발언이다. 몇 가지 덧붙인다면 내가 빌려 표현하는 자연물질과의 융화는 또한 나의 생명인 예술의 반려자이다.” (작가노트 중)
자연과 인간의 생동하는 움직임을 문자와 인간 형상, 다양한 화법을 통해 표현해오던 작가는 작고하기 10년 전부터는 오로지 사람을 그리는 일에 몰두했다.
이런 변화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인간 군상’ 작업으로 이어졌다. 익명의 군중이 서로 어울리고 뒤엉켜 춤추는 듯한 풍경을 통해 그는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어울림, 서로 하나가 되는 세상을 갈망했다. 이는 유난히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쟁과 남북 분단, 정치적 혼란기의 여러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작가가 평생에 걸쳐 얻은 예술관, 시대의 의식과 호흡하는 예술에 대한 고뇌와 탐구를 함축한 조형적 결과물이다.
오는 5월 23일까지 전시되는 1960~80년대까지의 꼴라쥬, 문자추상, 인간 군상 대표작 총 30여점을 선보였다. 동양화 전통에 대한 긍지를 잃지 않으면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화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예술 세계를 창조한 작가 이응노, 이번 전시는 그가 보여준 화해와 소통의 미학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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