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산구, 학사모 쓴 시장 상인들 “대형마트와 경쟁하겠다”
-‘송정매일시장 상인대학’ 졸업식…전통시장 활성화 자신감 ‘가득’
가게에 있어야 할 송정매일시장 상인 39명이 지난 8월 31일 시작한 ‘송정매일시장 상인대학’ 졸업장을 받기 위해 지난 29일 저녁 7시 30분 송정2동 주민센터 회의실에 모였다.
학위복을 입고 학사모를 쓴 상인들은 모두 뿌듯한 표정이다. 하루 장사를 힘들게 마친 후 늦은 밤까지 공부한 지난 석 달이 모두 보람으로 돌아왔다.
“변해야 산다.” 모든 졸업생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상인대학을 통해 전통시장도 얼마든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엔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새벽에 가게 열어 늦은 밤까지 공부하라니…. 설사 공부한다 치더라도,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길까. 상인대학을 해보자는 송정매일시장 상인회 배병석 회장과 이송재 총무의 권유에 반신반의했다.
상인회는 회원들을 설득해 상인대학 유치를 결의했다. 광산구청은 제반 업무를 지원해 3:1의 경쟁률을 뚫고 중소기업청 주최 상인대학을 마련해 지난 8월부터 운영했다.
마케팅, 상인조직론, 판매기법론, 불평불만 처리법 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강좌가 조금은 낯설었다. 하지만 호남대학교 임창욱 교수 등 15명으로 구성된 상인대학 강사진의 세련된 수업은 상인들의 걱정을 단번에 해결했다. 수년간 전국 전통시장에서 운영한 상인대학 노하우를 쌓은 강사진은 상인들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강의하고, 적절한 사례를 들어 이해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전국에서 잘 되기로 소문난 전주 중앙시장과 대전 우수시장박람회를 견학한 후 상인들의 생각은 180도 변했다. 전통시장만의 장점과 정취를 살리고, 친절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만든다면 소비자의 발길을 모을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
처음엔 시큰둥하던 상인들은 점차 ‘희망’을 만들어갔다. 제대로 된 강의실이 없어 좁은 국밥집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강의를 듣고, 때로는 국밥집이 좁아 식당 밖에 의자를 내놓고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희망’이 있기에 가능했다. 중도 탈락자는 2명에 불과했다.
상인대학에서 졸업생들이 얻은 것은 ‘자신감’이다.
송정매일시장에서 ‘싱싱닭집’을 운영하는 이막례(49·여) 씨는 “이제 제대로 된 길을 알았으니 대형마트와 제대로 경쟁 한 번 해보겠다”며 “동료 상인들과 화합해 친절한 시장, 깔끔한 쇼핑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송재 총무는 “소비자들이 변하는 것 보다 우리가 더 많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며 “가장 중요한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모임을 만들어서 조만간 종합계획을 내놓을 생각이다”고 밝혔다.
배병석 회장은 입학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배 회장은 “상인들 생각도 완전히 바뀌고, 이제는 회원들의 단합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잘 된다”며 “강의가 장사하는데 즉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송정매일시장 상인들은 우선 맞벌이 부부들이 생활 양식에 맞춰 영업시간을 밤 10시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판매대나 좌판이 일정한 위치를 넘지 않도록 ‘고객선’을 설정해 지키고, 수료하지 못한 동료들을 위해 상인대학을 다시 열 계획이다.
광산구는 송정매일시장 상인들의 움직임이 관내 8개 전통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송정매일시장 상인들의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현대화 시설 지원을 비롯한 행정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며 “상인들이 참여하는 전통시장 활성화가 다른 곳으로 파급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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