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이야기

미국은 워싱턴이니, 우리는 우남으로 합시다!

신문기자 2010. 5. 3. 13:45
미국은 워싱턴이니, 우리는 우남으로 합시다!

해방 1년 후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 이름이 되고 나니 논란이 일었다. 조선조 500년 동안 서울의 지명은 한양, 한성이었다. 그러다가 미군정이 ‘서울’을 우리나라 수도의 이름으로 정의하였다. 논란은 당연히 서울이란 수도라는 말이지 수도의 이름은 아니란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기록된 글을 인용하겠다.

"서울은 신라시대 경주(慶州)의 옛 이름인 서벌(徐伐)에서 유래한 지명이지만 ‘미국의 서울은 워싱턴’하는 식으로 수도(Capital)라는 단어로 통용되고 있다. 1394년 태조(太祖) 이성계가 조선의 도읍지로 정한 이래 서울(지명: 한양)은 600년 동안 한반도의 수도로 이어져 오며 보통명사화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지명과 수도라는 뜻을 함께 쓰는 도시는 서울이 유일하다." (["서울 서울 서울" 서울 600년-어제 오늘 내일] 박성태 외, 1993년 10.10 발행)

해방 후 1년여 기간을 미군정은 일제시대의 경성으로 서울을 그대로 부르고 있다가(경성부윤이 해방 후 여러 번 임명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뜬금없이 ‘서울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한양이나 한성이면 모를까, 서울은 예부터 서양인들이 부르던 이름이어서 그대로 쓰니 우리 고유의 이름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해방 후 좌우합작과 단독정부수립, 그리고 6.25가 일어나서 한반도는 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우리 것을 찾자는 올곧은 선비들의 주장이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단기 4288년(1955년)에 이승만 대통령의 담화 발표가 있었다. 여기에 [대통령 이승만박사 담화집 제2집](공보실장 갈홍기 발행, 단기 4289년 4월 1일)의 261쪽을 원문 그대로 인용한다.

-수도(首都) 명칭에 대하여 4288, 9, 16

우리 수도의 명칭을 외국말로는 서울이라고 부르는데 「서울」이란 말은 우리나라 말로 수도를 지칭(指稱)하는 것이고 수도 자체의 땅이름은 아닌것인데 서양인들이 동양에 오기 시작햇슬적에 우리나라에 먼저 드러온 불란서 천주교 전도사로 이 사람이 비밀히 변장하고 드러와서 이 도성(都城)의 이름을 무럿슬때 이것이 「서울」이라고 대답한 것을 불란서 사람으로서 할수있는대로 음(音)을 취해서 쓴것이 외국인에게 점차 알려저서 이 도성 이름이 「서울」이라고 불리어 왓는데 이것이 영자(英字)로 써 노코 바른 음(音)을 낼수 잇스면 오히려 괜치안켓지만 이 발음이 어려워서 모든 외국사람들이 이 글자를 어떠케 발음해야 하는 것이냐고 늘 문제가 되니 우리 도성이 차차 이름이 세계에 날만치 이것을 교정해서 이 지방 본 이름으로 불르게하여 부르기 조흘만치 만드러서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해야 할것이다. 본래 수도의 이름은 한양(漢陽)이라 하엿다 또 간혹 한성이라고도 불렀는데(이에 대하여 이승만 대통령자신이 쓴 ‘독립정신’에서는 1903년 리승만과 리샹린씨(리샹재씨 아달)과 안국선(안경수씨 아달)의 사진에는 “서울감옥서”로 표기하고 있다), 이 두가지중 하나를 택하면 본 이름은 되겟으나 우리가 예부터 중국문화를 바더다가 일본에 전해주며 일본에 전해주며 그런 문명을 자랑햇슬적에는 모두 중국문자를 만히 쓰게해서 원래 우리나라 국어로 부르든 말은 다 이저버리고 한자음에 흔한 행(ㆁ)음을 너어서 「강」「공」「청」「중」같은 음을 흔히 석거서 말을 만드러 우리말이 중국인 말갓치 들리게 됫스니 옛날 우리말이 이러치 안헛고 더 듯기 조왓던것인만큼 본래의 우리말을 차저서 쓰는것이 조흘것이니 우리 이 도시 이름도 옛 말을 차저서 행(ㆁ)음이 붓지안는 이름으로 부르도록 민간에서 만히 토의(討議)해서 발표해주기를 바라며 만일 다른 이름을 차즐수가 업스면 한양으로라도 고쳐서 세계에 공표해야겟으니 생각잇는 분들의 의견을 널리 구하는 바이다.

학계나 지식인들의 많은 토의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이에 대한 결론이 3년 뒤인 4292년 3월 26일 발행 [대통령 이승만박사 담화집 제3집](공보실장 전성천 발행) 180쪽에 나온다.

-[서울] 명칭 변경에 대하여 4290,1,19

이 서울이라는 말은 땅이름이 아니고 어디든지 경성이라고하는 말인것이다. 이말을 그대로 외국사람들이 듣고서 음을 바로 따서 서울이라고 쓰지 못하고 자기 생각대로 한것을 지금 세계사람들이 그 이름을 가지고 부르고 있는데 말의 내용을 잘아는 사람이 잘물어서 서울이라고 하는 글짜의 음을(Sur wool)이라고 하든지 또는(Surwool)이라고 쓰던지 했으면 누구나 외국사람들이 서울이라고 잘했을터인데 실상은 그음을 잘못듣고 잘 못불러 왔던 것이다. 지금도 외국사람들은 서울을 어떻게 부르느냐고하므로 이에대한 대답에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는 사람들은 소울(Soul)이라고 부르므로 우리가 이것을 알만큼 교정해도 잘되지않고 있으며 「라듸오」로도 솔이라고 아무것도 아닌소리로 수도의 이름을 부르고 있으니 이런것이 듣기싫으며 이것을 교정해야겠으므로 내가 몇번 반론한것은 한성이나 한양이나 또는 「한도」의 이름중에서 하나를 결정해서 쓰자고 한것인데 서울시와 각부에서 협의해서 서울의 이름을 민간에서 투표로 받아본 결과 보통사람들은 「우남」(雩南)이라고 해서 작정했다고 하는것이다.

그러나 「우남」은 내가 아이적부터 우리선친과 시호를 지어서 혹 시를 짓거나 문학에 관계가 될적에 그 이름을 쓰도록 남의 전례를 따라서 만든 것이다. 보통사람들이 서울의 이름을 내 별호인 「우남」이라고 하기를 작정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내가 대통령으로 앉아서 서울의 이름을 내 별호인 「우남」이라고 짓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므로 이것을 하지말고 다른 이름으로 하라고 했었는데 서울이라는 이름은 쓰는 사람이 어려워하므로 고쳐야만 될것이다.

민중이 투표한 이름을 정지하고 다른 이름으로 해보라고 했는데 여러사람들의 의견이 그러하니 그냥 두어두면 내가 세상을 떠난뒤에는 그렇게 작정이 될것이니 아직 그냥 두어두는것이 좋겠다고들 했으나 내가 강권해서 여기까지 끌고온것인데 이번에는 수도의 이름을 완전히 작정해야겠으며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의 수도의 이름은 「한도」가 좋을듯한 것이다.

내가 수도 이름을 작정하지 않은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작정한것을 공론을 무시하고 하기 어려워서 안한것이며 이번에 다시 요청하는 것이니 수도의 이름을 따로 생각해서 몇일안으로 작정해오면 이번에는 시행하려고 하는 것이니 속히 작정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위의 담화문에서 당신이 세상을 떠난 뒤의 일을 언급했다. 벌써 자유당 말기때였다. 당시의 많은 논조는 미국의 건국 대통령의 이름을 따라서 미국의 수도가 워싱턴이 되었으니, 우리나라는 당연히 이승만 대통령의 별호인 '우남'을 따서 우남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정작 대통령은 그것을 원치 않는다며 '한도'라는 새로운 명칭마저 제안하고 있다. 하마터면 서울은 한양이나 한성, 한도 또는 우남시가 될 뻔했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인가. 4.19후 이승만 대통령의 사진이 파손되고 길거리에 끌려 다니는 신세가 됐다. 서울의 명칭에 대한 토론은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의 선견지명으로 우리나라의 수도는 '세계 속의 서울'로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