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궐(西闕)로 통칭되는 경희궁의 중심 건물 조선의 5대 궁궐 중 서궐(西闕)로 통칭되는 경희궁은 현재 종로구 새문안길에 위치하고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옛 건물이 남아 있는 것이 없기에 궁궐이라기보다는 궁궐터로 존재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궁터에 가보면 건물이 남아 있다. 1920년대에 100% 철거되었다고 하면서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1990년대 초에 서울시에서 복원한 건물이다. 옛 건물이 없기 때문에 경희궁지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비록 복원된 건물이라고 해도 옛 건물에서 쓰였던 각종 부자재를 군데군데 사용하고 있다. 복원된 경희궁의 건물은 궁의 중심 건물인 숭정전 일원이다. 궁궐의 공간 구조를 대별해보면 내전과 외전으로 나뉜다. 내전(內殿)은 왕과 왕비의 생활주거공간이다. 위치상으로 궁궐의 중앙부를 차지하고 있고, 기능면에서도 궁궐의 핵을 이루고 있다. 왕의 주거 공간인 대전(大殿)과 왕비의 공간인 중궁전(中宮殿)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전(外殿)은 왕의 공식적인 활동 공간이다. 신하들과 회의를 하고 연회를 치르는 곳을 의미한다. 외전의 중심은 정전(正殿) 또는 법전(法殿)이라고 하는데 궁궐에서 가장 화려하고 권위가 있는 건물로서 보통 사각형의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조선왕조 통치의 최고 시설인 셈으로 정전은 궁전의 중심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경복궁의 근정전, 창덕궁의 인정전이 이에 속하며 경희궁은 숭정전이 해당된다. 숭정전은 국왕과 신하가 조회를 하던 법전이다. 정면 5칸, 측면 4칸의 단층 팔작지붕으로 1623년(광해군 15) 건립됐으며, 1829년(순조 29) 경희궁에서 일어난 대화재 때 용케 화를 면하기도 한 건물이었다. 현재 이 건물은 중구 필동 동국대학교 구내에 자리잡고 있으며,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어 있고, 교내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숭정전 건물이 동국대학교에 있게 된 경위를 살펴보기로 한다. 본래 숭정전은 동국대학교 구내 법당인 '정각원'으로 사용 중 고종 때 경복궁을 중건하여 거처를 옮기고 나서부터 경희궁은 더 이상 왕의 공간이 아닌 빈 궁궐로 전락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궁궐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 관리되어서 1902년(광무 6)에는 궁내부가 대대적으로 수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고종이 강제로 퇴위당하고 순종이 왕이 되는 1907년 이후 급격히 훼손되어 갔다. 특히 1910년을 전후해서 일본인학교인 경성중학교가 경희궁에 들어서면서 많은 건물들이 헐렸고, 몇몇 건물들은 경성 시내 곳곳으로 팔려나가거나 옮겨졌다. 1926년까지 남아있던 숭정전은 당시 중학교의 교실로 사용되다가 그해 3월 일본 불교 종파인 조동종(曹洞宗)의 조계사(曹谿寺)에 매각되었고 곧바로 중구 필동 남산 기슭의 지금의 동국대학교 구내에 있었던 조계사의 본전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전되었다. 해방 이후 그 자리에 동국대학교가 세워졌고, 1977년 동국대학교 만해(萬海)광장에 있던 것을 현재의 위치로 이전 복원하여 석가모니 불상을 주불로 하는 법당인 정각원(正覺院)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정각원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으나 정면 내부 상단에는 아직도 숭정전 현판이 그대로 남아 있다. 1980년대 말 서울시가 경희궁을 복원ㆍ정비하면서 숭정전을 옛 경희궁이 있었던 원래의 자리로 원위치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미 동국대학교의 법당으로 사용되고 있고, 또 건축 부재들이 워낙 낡아서 다시 옮기게 될 경우 손상될 것이 우려가 되어 본래의 숭정전은 학교 구내에 그대로 남겨두고, 경희궁지에 새로 숭정전을 복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동국대학교 경내의 숭정전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강제로 철거하여 팔아 넘기는 과정에서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원형이 크게 파손되었으며, 특히 경희궁에 있을 때 경성중학교 교실 등 학교 시설 등으로 사용되면서 구조가 많이 변형되었다. 현재는 불교 의례를 행하기에 알맞도록 내부가 변경되어 있는 실정이다. 경희궁의 숭정전 안을 들여다보면 가운데에 임금이 앉는 어좌(御座)를 설치하였다. 어좌 좌우로 궁중생활의 일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임금이 있는 곳에 출입이 가능한 도승지와 사관(史官), 당상관(堂上官) 이상의 신료들이 앉는 방석, 의식용 병기(兵器)와 각종 궁중 장식 등이 놓여 있다. 비록 숭정전의 본 건물은 현재 자리에 없지만, 그 옛날 찬란하고 당당했던 조선의 궁궐 경희궁의 숭정전을 갖은 우여곡절 끝에 원형 그대로 오늘에 되살려 놓았으니 이번 주말 고궁 나들이를 통해 음미해보기를 바란다. 글∥ 사종민(서울역사박물관 교육홍보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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