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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안전! 노인 지킴이가 간다

신문기자 2010. 7. 22. 13:57
노인인권지킴이단을 아십니까?

■ 우리는 노년을 맞이하고 있는 당사자로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인들에게 다가가필요한 도움을 주는 한편, 이들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겠습니다.
■ 우리는 국가의 노인 정책이 보다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일상생활 속의 인권문제를 모니터링하고 건강한 비판자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 우리는 노인 인권에 대한 인식과 실천의 결과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충실하게 토론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겠습니다.
■ 우리는 우리의 활동과정에서 만나게 될 노인 당사자, 공무원, 시설 종사자, 기타 일반 시민들에게 따뜻한 마음가짐과 태도를 견지하겠습니다.
■ 우리는 노인의 인권 신장이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인권 향상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더불어 어린이,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해 5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에서는 전국 80여 명의 어르신이 참여한 ‘노인인권지킴이단’ 발대식이 열렸는데, 그 때 우리 사회 노인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서 5개 조항의 다짐을 채택했다. 발족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노인인권지킴이단의 활동은 아주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5대 목표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보호 기능 강화, 국제적 수준의 인권제도 및 관행의 구축, 권리구제의 접근성 및 실효성 제고, 인권의식 함양을 위한 인권교육 강화, 위원회의 역량강화이다. 인권위는 발족식을 시작으로 ‘노인인권증진사업’을 2011년까지 추진할 계획인데, 5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된 아동ㆍ노인 인권보호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 제2기 노인인권지킴이단을 위촉해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였다. 제1기 노인인권지킴이단이 어려운 처지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과 노인인권 침해 및 차별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주로 했다면, 제2기 지킴이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인권적 관점에서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중점적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제2기 노인인권지킴이단은 전국의 노인 104명으로 구성됐으며 수도권, 부산, 광주, 대구 등 4개 권역별로 활동을 하게 된다. 이들은 매주 한 차례씩 독거노인, 치매환자, 조손가정, 시설생활 노인 등을 찾아 지원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노인인권문제와 관련하여 개선방안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교직이나 공직, 기업체의 은퇴자, 호스피스, 그리고 노인 관련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경험자들로 구성된 지킴이단은 각 지역별 모임뿐만 아니라, 지난 4월에는 충주에서 한 차례 전체 워크숍을 갖고 노인복지정책과 인권에 대한 기본적 학습을 하고 향후 활동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노인인권지킴이단의 활동장소는 가정, 경로당, 양로원, 주민자치센터, 구청, 구민회관, 노인보호 종교시설, 요양원, 장기요양병원, 종합사회복지관, 노인종합복지관, 공원까지 노인이 계신 모든 곳이다. 7월 14일 약수역에서는 약수노인종합복지관 주관으로 노인을 위한 ‘여름향연 대축제’가 열렸다. 약수복지관 공연 발표와 외부 축하공연, 작품 전시 및 건강검진 등 다양한 부대행사로 약수역은 발 디딜 틈 없었다. 이번 축제가 5회째인데, 다른 해와 다르고, 다른 복지관 행사와 달랐던 점은 바로 수도권 2기 노인인권지킴이단과 국가인권위원회의 공동참여로 노인인권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들이 행사 참여한 노인분들과 행인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시선을 끌게 한 것이다. 조정현(69) 대표에 따르면 행사 준비를 위하여 홍보단 정방섭ㆍ양창석ㆍ위광년 님을 포함한 수도권 노인인권지킴이단 전원이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하여 이동 및 설치에 이르기까지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과 봉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노인 학대 문제는 우리 가정 내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 부부간에도 자행되고 있다. 최근에도 "아들이 수년간 연락을 끊고, 집을 찾은 아내를 문전박대하기도 했다"며 아들을 상대로 "유학비용과 결혼자금 7억여 원을 돌려 달라"는 소송을 낸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남의 일이 아니라며,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해서 개탄을 했다. 행사에 참석한 할머니 한 분은 며느리가 식사 한 끼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서 여기저기, 특히 교회에서 봉사한다고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속앓이를 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몸이 아파도 병원비 걱정 때문에 맘 놓고 아프단 말도 못한다는 할아버지는 아픈 사람을 잘 보살펴주지 않은 것이 바로 노인학대라며, 스티커를 쿡쿡 눌러 붙이기도 했다. 한참을 서서 스티커를 붙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지켜드리지 못해 노인들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정말 부끄럽고 죄송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 결과, 조사대상 40.6%가 건강상태가 나쁜 편이거나 나쁘다고 응답했고, 71.8%의 노인이 3개월 이상 앓고 있는 만성질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추후 받게 될 돌봄에 대해서 ‘도움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할 것이다’(35.1%), ‘돌봄과 관련된 나의 요구나 의견이 무시될 것이다’(47.6%), ‘나를 인격적으로 대해주지 않을 것이다’(31.6%)로 응답하여 향후 병들었을 때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없을 것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기 노인인권지킴이단은 이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노인의 삶에 가장 중요한 건강과 돌봄의 문제와 관련된 노인장기요양 보험제도의 서비스 전 과정에 대하여 ‘노인을 위한 유엔의 원칙’과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위원회’ 일반논평을 기준으로 향후 서비스를 받게 될 당사자의 입장에서 모니터링을 하게 된다. 이날 행사에서 얻은 모든 결과물들도 더 나은 노인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크고 작은 제도를 마련하는 데 쓰일 것이다.

지상의 번듯한 건물도 아닌, 어둡고 번잡한 지하철 역에서 열리고 있는 '화려한' 페스티벌과 노인의 인권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나선 지킴이단의 구슬땀이 바로 우리의 어두운 현실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서글프고 씁쓸했다. 그래도 이런 자구책이 단기적으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UN이라는 국제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가 함께 모색하고 점차 그 규모도 확산시켜 가고 있어서 희망적이기는 하다. 노인인권지킴이단이 아니더라도, 노인인권 침해와 차별 등 노인문제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정책과(국번 없이 1331)로 문의하여 좋은 정책과 대안 등을 제안해 주고, 내년에 있을 제3기 지킴이단 선발에 대해서도 관심 가져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