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면 기사

조사원이 느낀 인구주택 총 조사

신문기자 2010. 11. 14. 16:49

“어디서 오셨소?“

인구주택총조사 요원인 강모(42세, 여)씨가 가가호호 방문할 때마다 번번히 듣는 소리다.

 

통계청이 어딘지 몰라 몇 번을 설명해도 가라고 한다.  군이나 면에서 나왔다고 얘기하면 반가이 맞아주는 지역민 인구주택총조사.

 

강모씨는 지난 10월 사이버교육과 군내에서 실시한 조사원 지침 교육을 통해 인구주택총조사 요원으로 발탁. 11월 1일부터 장성지역 120세대를 맡아 방문면접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18회째 맞고 있는 인구주택총조사는 1925년에 시작하여 매 5년마다 실시되고 있으며, 주택총조사 또한 1960년 이후 5년마다 실시하여 제10차에 이르고 있다.

 

강모씨가 조사하는 항목은 인구.가구.주택에 대한 19항목의 기본특성을 묻는 전수조사와 아동보육, 교통수단, 경제활동 등 심층적인 31항목을 묻는 표본조사로 분류되어 총 50문항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조사를 실시한다.

 

얼마 전 언론매체를 통해 ‘인터넷조사에 참여한 가구가 전국적으로 당초 목표 30%를 초과하는 40%를 넘겨 수백억의 예산이 절감 되고, 세계 최고의 참여율로 IT강국의 인프라를 공공행정에 접목한 좋은 사례’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강모씨는 이번 주택총조사 요원으로 활동하며 지역민의 어려움과 그동안 알고 있던 시골 인심의 착오를 이야기 했다.

 

보일러가 있어도 기름값 무서워 전기장판으로 온기를 찾고 TV시청으로 저녁 빛을 대신하는 집들이 얼마나 많은지 강모씨는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이정도일 줄을 몰랐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지역에 도움을 요청해도 서류상 어르신들 앞으로 되어있어 아무런 해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는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더군다나 어른들끼리는 “방에 누워있으나 산에 누워있으나 똑같구만” 이라는 말들이 오가고 있어 지역 행정과 어른공경의 경각심을 갖게 했다.

 

 

 

 

보통의 시골 인심을 생각했던 강씨. “집 한 채와 농사로 짓는 논밭은 적을지라도 먹고 살기는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방문조사는 강씨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강씨는 “봉사도 많고 사랑의 손길도 많은 요즘 정작 필요한 곳에 미치지 못하는 행정이 안타깝다.”했다.

 

그렇다고 조사원 일을 통해 불편함만 느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머니를 도와 방문조사에 동참하게 된 김모(중3, 여)학생은 조그만 방에 춥고 힘들게 사는 어르신들을 보며 “엄마, 나 우리 집을 사랑하게 됐어. 이사 안 갈래.”라며 전학을 희망했던 불편의 소리가 쏙 들어갔다.

 

아들 또한 “특별한 말은 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생각했던 자상한 할머니의 모습과 조사원인 엄마를 따라다니며 직접 보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달라 느낀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지역의 특성상 농번기인 요즘 주간에 가정을 방문 조사한다는 것은 헛걸음일 때가 많아 강모씨는 저녁시간을 전후로 방문했다.

 

밤길이다 보니 두려움과 위험성에 대처하고자 아이들과 함께 방문조사에 나섰으나 금번 활동으로 “자녀들에게 생각지도 않았던 교육효과를 봤다.”며 흐뭇해했다.

 

강모씨는 이번 활동을 통해 “이곳에서 10여년을 살아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조사원 활동을 통해 주민의식을 고취시키고 지역민들의 실생활까지 알게 된 것 같아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내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이 당신을 빼놓지 않도록 조사원들에게 문턱을 낮춰주세요.‘라는 인구주택총조사의 안내문이 홍보성으로 끝나지 않고 진실한 공공행정을 위한 조사가 되길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