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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개혁 외치다 신천지로 의심받은 교인들

신문기자 2010. 11. 9. 13:12

교회 개혁 외치다 신천지로 의심받은 교인들
7개월 넘도록 목사 측과 개혁 측이 대립 중인 갈보리교회
입력 : 2009년 12월 01일 (화) 21:42:14 [조회수 : 10587] 이명구 ( 기자에게 메일보내기

   
 
  ▲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갈보리침례교회. 주일마다 개혁을 바라는 교인들은 시위에 나서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우리는 건강한 교회를 원합니다'라는 손 팻말을 들고 주일마다 30여 명의 교인들이 시위하는 교회가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있는 갈보리침례교회(목사 원재춘). 교회 분쟁이 있기 전인 2009년 4월, 출석 교인은 350여 명 정도였다. 이 교회에 남은 교인은 200여 명뿐. 상당수가 교회를 떠났다. 이 교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왔던 일부 교인들은 10월 초부터 교회의 개혁을 호소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갈보리교회는 올해 5월부터 목사를 편드는 교인과 개혁을 주장하는 교인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개혁을 바라는 교인들은 70여 명. 개혁 측 교인들은 목사가 학위 사실에 대해 교인들을 속였고, 개혁 측 교인들을 신천지로 몰았으며, 설교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면서, 담임목사의 변화와 교회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 현수막을 설치하고 있는 개혁 측 교인들. ⓒ뉴스앤조이 이명구  
담임목사인 원재춘 목사는 올해 1월부터 대안 학교 탐방을 이유로 미국을 3개월간 방문했다. 원 목사가 없는 사이 교회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원 목사가 안식년 동안 십일조를 내지 않았고, 박사 학위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원 목사가 돌아온 4월에도 소문은 잦아들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 목사는 4월 28일 셀 리더 모임, 5월 3일 실행위원회 모임, 5월 17일 오후 예배 등 세 번에 걸쳐 모든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을 했다. 원 목사는 십일조를 한국에 했다고 하다가 미국에 했다고 하는 등 해명할 때마다 다르게 말했다. 화를 내면서 해명을 하는 모습을 본 교인들은 더욱 원 목사를 미심쩍게 생각했다.

본격적인 대립의 계기는 원 목사가 교인들을 신천지로 몰았기 때문이다. 원 목사는 5월 24일 주일 오전, 오후 예배 시간에 이단 방지 세미나를 열었다. 원 목사는 "우리 교회에 신천지가 있다"며 모든 교인에게 세미나에 참석하라고 했다. 신천지로 의심되는 교인을 적어 내라고 하는 등 색출 작업을 펼쳤지만 신천지는 없었다.

며칠 뒤에 신천지 의심 명단이 유출되었다. 신천지 예방 세미나를 하기 전인 5월 7일, 원 목사가 2명의 전도사와 함께 교적부와 신천지 명단을 대조해 만들었던 것. 11명의 명단이 유출되자 교인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목사 측 교인들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원 목사는 "의심 명단이 아니다. 그저 이름을 대조해 보았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오히려 목사 측 교인들은 "아무런 의미 없는 명단을 개혁 측 교인이 신천지 확정 명단인 것처럼 왜곡 주장하여 목사를 모함한다"고 했다. 신천지로 몰리기까지 한 교인들은 더 이상 목사를 신뢰할 수 없었다.

   
 
  ▲ 신천지로 몰리기까지 한 교인들은 더 이상 원 목사를 신뢰할 수 없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신천지 예방 세미나로 교회가 시끄러웠던 6월 초, 원 목사는 적극적으로 박사 학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원 목사는 자신이 졸업한 린다비스타대학(현재 Southern California Seminary) 동문회장인 박종근 목사를 초청했고, 박 목사는 "원 목사의 학위가 거짓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원 목사는 미국에서 온 학위 증명서를 보여 주었다. 학위 증명서에는 석·박사 통합으로 2년 반 만에 학위를 취득했다고 나와 있었다. 교인들은 석사를 1년 반, 박사를 1년 만에 취득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여겼다. 원 목사는 린다비스타대학이 필리핀에서 공부한 학점을 인정해 주었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평소 원재춘 목사는 자신을 상담학 박사라고 소개해 왔다. 자신이 대학교수로 일할 실력이 있다고도 했다. 원 목사는 2008년 5월 미국 리폼드신학교(RTS·Reformed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명예 목회학 박사 학위(D.Min)를 받았다. 그런데 이 학위 논문에서 상담학 박사 학력이 누락되었다. 원 목사는 기자에게 "리폼드신학교에서 받은 학위보다 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러 안 넣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양쪽의 대립이 장기화되자 개혁 측 교인들은 원 목사의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원 목사가 다른 목사의 설교를 도용하는 것이 드러났다. 개혁 측에 속한 한 집사가 평소 자신이 즐겨 가던 한 블로그에서 원 목사가 했던 설교와 제목이 똑같은 설교를 발견했다. 9월 6일 주일 예배 때는 설교 전문과 기도까지 똑같았다. 한 주 동안 개혁 측 교인들은 7건의 설교 도용 사례를 더 찾아냈다.

교인들은 원 목사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원 목사는 "미국의 유명한 목사들도 다른 목사의 설교를 그대로 사용한다. 처음에는 짜깁기를 하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전문을 베꼈다"고 했다. 원 목사는 기자에게도 "우리 교인들에게 유익이 된다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의 설교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목사 측 교인들은 설교 표절에 대해 왜 그렇게 예민한지 모르겠다며, 목사를 음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했다.

   
 
  ▲ 개혁 측 교인들은 설교 도용 금지 스티커를 성경에 붙이고 주일마다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교회 리모델링 공사를 놓고서도 대립은 계속됐다. 2009년 6월 진행 중이던 화장실 확장 공사가 건축법의 건폐율을 넘겼고, 구청은 불법 공사 판정을 내렸다. 공사를 주도적으로 맡았던 안수집사는 불법인지 몰랐다고 했다. 안수집사를 비롯한 목사 측 교인들은 공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는데 어떻게 중단하느냐고 했다. 개혁 측 교인들은 교회가 법을 어기는 것은 사회에 덕이 되지 않으니 부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목사와 안수집사가 합법적 공사를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공사는 완료됐지만 양쪽의 사이는 더 벌어졌다.

현재 목사 측 교인들이 개혁 측 교인들을 사이버 댓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황이다. 목사 측 교인들은 "저들과 대화하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말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인터넷 상에서 목사님을 모욕하고 비방했다. 목사님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목사 측은 11월 25일 예배방해금지 및 인격권침해금지 가처분 신청도 한 상태다.

개혁 측 교인들은 "학위 문제, 신천지 누명, 설교 표절, 불법 공사뿐만이 아니다. 담임목사의 십일조 미납, 재정 비리 등의 사실도 있다. 목사 측의 명예훼손 고소는 70여 건에 이른다. 교회와 교계 안에서 해결되기를 바랐기에 그동안 법적 대응은 자제해 왔다. 명예훼손에 대한 맞고소를 준비할 것이다"라고 했다.

   
 
  ▲ 개혁 측 교인들은 교회의 개혁을 바라는 내용이 쓰여 진 조끼를 입고 예배에 참석한다. ⓒ뉴스앤조이 이명구